절망, 모든 인간이 앓는 '죽음에 이르는 병'
1. 죽음에 이르는 병, 그 정체는?
키에르케고르가 1849년에 익명으로 출간한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Sygdommen til Døden)》의 핵심 주제는 바로 절망입니다.
그가 말하는 '죽음에 이르는 병'은 단순히 우울증이나 암 같은 육체적인 질병이 아닙니다. 이 병은 우리 정신(영혼)에 깃들어 있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이 병의 정체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절망이며, 절망은 곧 자기 상실(자기 소외)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유한성(몸)과 무한성(영혼), 필연성(사실)과 가능성(자유)을 종합해야 하는 '자기(Self)'입니다. 이 종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즉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인식하고 실현하는 데 실패할 때 절망하게 됩니다.
2. 왜 '죽음에 이르는 병'인가?
"절망하면 죽는다"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키에르케고르의 역설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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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죽음이 아님: 이 병은 몸이 죽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는 병"에 가깝습니다. 절망은 육체를 넘어선 정신의 영역에 존재하기에, 자살과 같은 물리적 행위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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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생명의 상실: 키에르케고르에게 이 죽음은 기독교적인 의미의 영원한 생명을 상실하는 것, 즉 신과의 관계를 잃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절망은 궁극적으로 신 앞에서 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영원히 지속되는 영적 고통이며, 치유하지 않으면 영원한 파멸에 이르게 하는 질병입니다.
3. 절망의 다양한 형태와 해결책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하며, 가장 위험한 절망은 자신이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절망이라고 지적합니다.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사실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외면한 채 '절망하고 있음'을 모르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절망이라는 병의 진단서를 처방전으로 바꾸는 길은 무엇일까요?
키에르케고르는 오직 신에 대한 신앙만이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절망의 반대말은 희망이 아니라 신앙이다."
신앙을 통해서만 인간은 유한한 자신을 무한한 신과의 관계 속에서 온전하게 정립할 수 있으며, 이로써 진정한 자기(Self)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절망은 힘들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를 신 앞에 홀로 서게 하고 진정한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복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입니다.
키에르케고르의 사상은 훗날 카뮈, 사르트르 등 후대 실존주의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절망의 현상학"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P.S. 여러분은 혹시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절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희망을 찾으 실 수 있습니다. |